[MZ Report-17] 친환경 ‘그린워싱’ 논란, MZ가 비판주도
[MZ Report-17] 친환경 ‘그린워싱’ 논란, MZ가 비판주도
  • 최정윤 기자 / jychoi12@ktnews.com
  • 승인 2021.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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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꼼꼼하게 따지는 고객…“소비자 기만해 괘씸” 표출
도마 위에 오른 친환경마케팅 실시간 검증
일상 생활 속 실천에 이어 소비에도 적용

스타벅스는 지난 9월 야심차게 지속가능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버려지는 1회용 투명컵을 모아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어 판매했고, 9월 말에는 음료 1잔을 사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컵을 선물하는 50주년 기념 리유저블컵 이벤트를 열었다. 다회용컵 이벤트는 대기순번이 650번인 인증사진이 SNS에 등록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로 달려가며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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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자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마케팅적으로는 친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플라스틱컵을 대량생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워딩을 이용한 점이 더 괘씸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개인 텀블러에는 음료를 담지 않는 정책을 쓰면서, 새로운 플라스틱컵은 대량생산한 정책이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회용컵도 같은 이유로 스타벅스에서 사용할 수 없다. 또, 다회용컵은 1인당 20잔을 구매할 수 있고, 안내문에는 20회 사용을 권장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어 친환경이라는 문구와 거리가 멀다는 평을 받았다.

지속가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최근 3년간 2030세대인 MZ세대가 적극적으로 개인적 가치를 소비트렌드에 반영하면서 시작됐다. 소위 ‘가치소비’로 불리는 트렌드 중 하나로 ‘소비에서도 환경부담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친환경 마케팅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려던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검증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말로만 친환경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따지며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2년차 직장인 김수정(가명, 27)씨는 “매일 에코백을 메고 출퇴근한다. 에코백은 수백번을 써야 비닐봉지를 대체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말에 어디든 에코백을 들고 다니려고 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만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려니 새 물건을 살 때도 신중하게 고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해 샴푸를 쓰지 않거나 항상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필요한 물건만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일상까지도 바꿔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은 소비에서도 그 가치를 찾고 있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정책은 더 이상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며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영국 정부의 경우, 이미 ESG경영 정책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2022년부터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그린워싱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영국 내 모든 패션기업은 상품이나 브랜드 설명에 써둔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허위문구는 모두 지워야 한다. 예를 들어, ‘오가닉 코튼 티셔츠’라는 설명은 ‘지속가능 섬유를 52% 함유한 티셔츠’로 정정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속가능성이 한국 시장에 적용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린워싱’ 비난이 너무 거세지 않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환경부가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녹색기업과 공공기관에만 한정됐던 환경정보 공개범위가 2조원 이상 기업에게도 적용되면서다. ESG공시 의무화로 ESG재무제표 도입이 불가피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진정성을 추구하는 지속가능 기업들은 ‘앞으로 모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기에 비판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환경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소비자가 나서서 그린워싱을 경계하는 흐름은 오히려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지속가능 브랜드 저스트크래프트를 운영하는 리오홀딩스 서부석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모든 기업이 참가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며 “오히려 지금 단계의 지속가능 상품은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애매한 상황이기에 더욱 발전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지속가능 상품이 취지에 비해 낮은 품질과 경쟁력이 없는 디자인, 높은 가격대로 제작돼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반 상품만큼 지속가능 상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가 모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리사이클 가방 브랜드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는 “지금처럼 순환고리가 미약하게 연결된 시점에서는 재활용 상품의 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원가를 절감하려면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지속가능 루틴을 실천해야한다고 본다”며 “플리츠마마 내부에서는 그 시점을 2025년 정도로 생각한다. 다함께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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