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Report-19] “온오프 어디서든 나만의 멋 내는 빈티지 찾아요”
[MZ Report-19] “온오프 어디서든 나만의 멋 내는 빈티지 찾아요”
  • 이지수 기자 / leejisoo@ktnews.com
  • 승인 2021.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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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성장으로 접근성 더 높고
지속가능 가치소비 매력도 한몫

#김청휘(28)씨는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 빈토리에서 1만5000원에 구매한 브룩스 브라더스 금장 자켓을 중고쇼핑플랫폼 번개장터에서 10배 가격인 15만원에 리셀했다.

#이상수(26)씨는 대구 동성로 빈티지숍 리리선에서 한때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여 있던 ‘데드스탁(미사용 제품 재고)’ 제품 미군 M65 피시테일 파카를 50만원에 구매했다. 

MZ세대는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멋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를 산다.
MZ세대는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멋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를 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빈티지 의류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빈티지는 빈티지 시장에 들러 우연히 보고 사는 득템 식의 시장이었다. 서울 동묘, 부산 광장시장, 대구 교동을 대표적으로 도시마다 ‘구제 시장’이라 불리는 상권이 있었다. 

최근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제품 사진을 올려서 판매하는 셀러가 많아졌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지 않아도 DM(인스타그램 메시지)으로 쉽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0년째 빈티지 쇼핑을 즐기는 김청휘씨는 “원래 빈티지는 친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여기 물건 좋다’는 입소문을 통해 퍼지는 시장이었다. 최근 온라인 SNS에서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돼 MZ세대의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청휘씨는 매일 온라인에서 새로운 빈티지 아이템을 물색한다. 김청휘씨가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빈티지숍에서는 매일 신상품을 포스팅한다. 김청휘씨는 그중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본격적인 검색을 시작한다. 국내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이나 중고거래플랫폼 번개장터, 해외 아마존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

김청휘씨는 “사고 싶은 빈티지 아이템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사기 위해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찾아다니다 보면 게임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상태가 다 다르다. 말그대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다. 건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빈티지 숍도 10년새 달라졌다. 과거 구제 시장에서 상인들은 바닥에 물건을 깔아 놓거나 행거에 옷을 빼곡히 걸어 놓고 헐값에 팔았다면 요즘 빈티지숍에서는 운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셀렉션을 찾아볼 수 있다. 가두점 상권보다는 동네 골목 골목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빈티지숍에서는 공간 자체에서 운영자 저마다의 취향을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스트로모브카(STROMOVKA)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중성적이고 컬러풀한 빈티지 셀렉션을 선보이는 빈티지숍이다.

빈티지숍에서는 운영자의 취향이 묻어나는 셀렉션을 찾아볼 수 있다. 공간 자체에서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난다.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스트로모브카.
빈티지숍에서는 운영자의 취향이 묻어나는 셀렉션을 찾아볼 수 있다. 공간 자체에서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난다.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스트로모브카.

중성적인 멋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이 이 매장을 찾는다.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리리선은 주로 미국 빈티지 제품을 취급한다. 프린팅 티셔츠, 로고 캡, 리바이스 청바지 등 켄달 제너나 샤이아 라보프와 같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 힙한 빈티지 패션을 좋아하는 MZ세대가 리리선을 찾는다.

스트로모브카를 운영하는 황새삼씨는 2013년 종로구 누하동에 숍을 오픈한 이래 9년째 빈티지숍을 운영하며 매장에서 소비층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요즘 매장에 들어오면서 ‘A브랜드 있어요?’ 묻는 MZ소비자들이 생겼다”며 “예전에는 빈티지를 특히 좋아하는 ‘흔하지 않은 취향의 소비층’이 있었다면, 취향도 연령대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황새삼씨는 MZ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빈티지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나오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기성 브랜드에 피로감이 쌓여서 그 대체품으로 빈티지를 찾는 것 같다. 명품브랜드지만 중고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도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나만의 멋’을 추구하는 MZ세대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대량 생산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멋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를 산다. 이상수씨는 엔지니어드 가먼츠, 니들스 같은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 브랜드 상품을 좋아하던 소비자였다. 그는 2년 전부터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상수씨는 “브랜드 기원으로 올라가면 결국 빈티지더라”며 “친구들이 입은 건 그냥 맨투맨, 제가 입은 건 8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챔피온 리버스위브(Reverse Weave, 수축율 적은 수평 짜임) 스웨트셔츠죠. 역사가 쌓인 옷이예요”라고 말했다.

패션산업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며 MZ세대들은 지속가능 소비의 한 형태로 빈티지 제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9)와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30)는 패션산업의 환경파괴에 동조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새 옷을 구매하지 않고 빈티지 옷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휘씨는 “빈티지 소비는 안 입는 옷을 처분하게 되니 판매자에게 이롭고, 필요한 옷을 갖게 되니 소비자에게 이롭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니 환경에도 이로운 일이예요. 말 그대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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