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9)] 그래핀으로 이불을 만든다고?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9)] 그래핀으로 이불을 만든다고?  
  • 안동진 / djdj1959@naver.com
  • 승인 2021.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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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된다. 신소재인 그래핀을 발열 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은 3캐럿짜리 천연 다이아몬드로 유리 자르는 칼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기능은 충분할 것이다.

가격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래핀이 처음 나올 때의 가격은 0.1g에 10만 불이었다. 지금은 10g에 1500불 정도로 저렴해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겨우 이불의 보온 기능에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이불이 5억원 정도 되면 몰라도.

호미로 할 일을 가래로 하는 격
숯은 매우 훌륭한 축열 소재이다. 열을 느린 속도로 방출하는 기능이 축열이다. 별 다섯 개 돌침대가 지금도 팔리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이며 한여름 해변의 모래위를 펄쩍펄쩍 뛰게 하고 뚝배기에 담긴 설렁탕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지 않는 이유다.

그래핀의 격자 구조iStock
그래핀의 격자 구조
iStock

뚝배기나 침대의 두께를 보면 짐작가지만 축열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적지 않은 양의 세라믹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사에 투입할 수 있는 세라믹의 최대량은 원사 중량의 1%를 넘지 못한다. 적정량의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는 측정하나 마나이다. 풀장 물에 설탕 한 스푼을 넣고 브릭스(Brix) 수치 변화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축광 소재는 받아들인 빛을 천천히 방출하고(야광이라고도 한다) 축열 소재는 열을 천천히 방출한다. 축열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것들이 주로 세라믹 종류의 무기물인데 산화 지르코늄은 가장 적합한 소재지만 무기물의 대표격인 탄소도 물론 훌륭한 축열 소재가 된다.

즉, 숯이든 흑연이든 다이아몬드든 탄소로만 된 분자는 모두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따라서 가격이 쌀수록 가성비가 높다. 숯이면 될 일에 다이아몬드를 동원한다는 것은 호미로 할 일에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멍청한 짓이다.

그래핀보다 숯
탄소는 흑연, 숯, 다이아몬드에 이어 최근에 발견된 축구공 모양으로 생긴 풀러렌, 튜브처럼 생긴 카본나노튜브(CNT),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견된 2차원 평면 형태로 두께가 0.2 나노미터(원자 하나 크기)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막인 그래핀이 있다. 이들 탄소 3형제를 발견한 6명의 과학자들 중 5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CNT를 발견한 ‘이지마’는 현재 가장 강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이다.

그래핀은 특별한 소재다. 구리보다 100배나 전기를 잘 통해 전기 저항이 거의 없는 소재를 만들 수 있고 질기기는 강철보다 200배나 강하다. 실리콘보다 100배나 더 빨리 전자를 보낼 수 있으며 검은색인 데도 빛의 98%를 투과시켜 디스플레이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를 필름으로 가공하면 둘둘 말 수 있거나 접을 수도 있다. 신축성도 있어 25%나 늘어난다.

흑연만큼 가격이 내려가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우리 생활에 수많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불은 아닐 것이다. 이런 물건을 겨우 이불의 보온 기능을 높이는 곳에 활용할까? 숯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래핀 할아버지가 와도 뚝배기만큼 축열 효과가 있지는 않다.

만약 원단에 적용한다면 정전기 방지 기능으로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영구적인 정전기 방지에 사용되는 구리는 녹이 슨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도전성이 백배나 높다.

탄소기반 소재의 치명적 결함
탄소를 기반으로 한 축열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단의 표면 온도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데워질 만큼 충분한 양의 탄소가 필요하다. 원단에 코팅해야 하는 그 적정량은 원단을 까맣게 착색시킬 만큼이다. 즉, 반드시 원단의 반대쪽 면에만 사용할 수 있다. 

검은색으로 착색되는 문제는 모든 탄소 기반의 소재에서 동일한 골치거리이다. 물론 그래핀은 검지 않고 투명하지만 그것은 탄소의 양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 된다. 축열은 사용된 탄소의 양과 정확하게 비례한다.

실제로 탄소 같은 무기물을 원단 위에 고르게 코팅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균일한 용액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분산이 매우 힘들다. 미숫가루를 차가운 물에 풀어본 사람은 이 말 뜻을 이해할 것이다. 미숫가루는 물에 잘 풀리지 않고 덩어리지기 쉽다. 입자가 작을수록 더 힘들다. 즉 탄소가루를 코팅 용액으로 만들기 힘들다. 코팅용액이 불균일하면 기능이 고르지 않게 된다. 방수와 축열 역시 마찬가지다.

축열보다는 단열이 더 효과적
축열 기능이 잘 작동한다면 코팅된 원단의 표면 온도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표면온도가 다른 원단에 비해 약간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이 보온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류의 보온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면 CLO 값을 측정해야 하는데 사실 원단의 표면 온도가 보온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 CLO 값을 높이려면 우수한 단열재인 충분한 공기와 이를 가둘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원단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의류의 보온은 발열이나 축열보다는 단열이 가장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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