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3)] 하얗게 새하얗게, 세상에서 가장 흰색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3)] 하얗게 새하얗게, 세상에서 가장 흰색
  • 안동진 / djdj1959@naver.com
  • 승인 2021.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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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완벽한’ 흰색이 등장했다. 일명 ‘슈퍼 화이트’로 불리는 이것은 표면에 닿는 광자의 95.5%를 반사하여 똑같은 양의 태양빛을 받아도 주변부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건물 내부 또는 외부의 온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퍼듀 대학 연구진은 태양 스펙트럼의 모든 파장을 효율적으로 산란 시킬 수 있는 입자농도와 다양한 크기의 탄산칼슘 입자를 이용해 지금까지 등장한 것 중 가장 완벽한 ‘슈퍼 화이트’를 개발해냈다. 실험 결과 ‘슈퍼 화이트’ 페인트를 이용할 경우 최대 95.5%의 빛을 반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주변에 비해 온도를 최소 1.7℃에서 최대 1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흰색은 어떻게 염색할까?
흰색 원단을 만들 때 필요한 염료는 무엇일까? 그런데 흰색 염료라는 것이 있을까? 원단의 착색은 염료나 안료에 의해 만들어진다. 염료/안료는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 특정 주파수 영역에 해당하는 일부분의 빛 만을 흡수하는 기능을 가진 ‘발색단’ 또는 ‘조색단’ 이라는 분자이다. 흡수되지 못한, 스펙트럼의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가시광선이 반사되어 망막에 들어오면 우리가 보는 원단의 색이 된다.

만약 염료가 모든 가시광선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면 망막에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으며 이것을 우리는 ‘블랙’으로 인식한다. 반대로 어떤 영역대의 가시광선도 흡수하지 못하고 모두 반사하면 흰색이 된다. 즉, 흰색은 발색단과 전혀 상관없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흰색은 염색과정 없이 표백한 후 형광증백제를 이용해 백도를 증가시키는 과정이 전부이다. 

흰색의 종류
검은색이 그렇듯이 흰색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흰색에는 어두운 Off White 계열, 눈부시게 새하얀 Snow/Optical White 계열 같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흰색은 염료를 혼합하는 조색과 Recipe를 통해 발색되는 다른 컬러와는 달리, 원단 표면에서 얼만큼의 빛이 반사되는 지에 따라 정해진다. 이 결과치가 백도Whiteness이다. 백도는 빛의 반사율이다.

즉, 원단 표면에서 빛을 더 많이 반사할수록 백도는 높다. 모든 가시광선을 남김없이 반사한 값이 최대로 백도는 이론상 100이 최대이다. ‘설맹’ 이라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눈부신 하얀색은 방금 내린 눈인데 그런 순결한 흰색조차도 단지 75%의 빛 만을 반사한 결과이다.

100%인 백도를 자연에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흰색은 때묻지 않은 ‘순결함’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디자이너는 최대한 높은 백도의 흰색을 추구하는 욕심이 있다. 그렇다면 원단의 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중해성 기후의 그리스 산토리니는 고온 건조해 빛을 반사할 수 있도록 집의 외벽을 횐색 석회로 칠했다. 석고나 분필은 탄산칼슘 소재로 더 많은 빛을 반사(산란)할 수 있다.     istock
지중해성 기후의 그리스 산토리니는 고온 건조해 빛을 반사할 수 있도록 집의 외벽을 횐색 석회로 칠했다. 석고나 분필은 탄산칼슘 소재로 더 많은 빛을 반사(산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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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증백제는 반칙이다
증백제는 형광염료의 일종이다. 형광염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즉,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총량을 증가시킨다. 원래 100인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을 200이나 300으로 늘리는 것이다. 총량이 증가하니 같은 반사율에서는 원래보다 더 많은 빛이 반사되어 더욱 희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형광등은 수은 증기를 이용하여 자외선을 방사하고 이를 형광물질을 통해 눈에 보이도록 한 것이다. 만약 형광등에서 형광물질을 걷어내면 아무 빛(가시광선)도 나오지 않는다. 사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외선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볼 수 없다.

이런 전구를 ‘블랙 라이트’ 라고 한다. 자외선은 어디서나 형광물질을 만나면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눈에 보이게 된다. 대부분의 흰 종이는 형광물질이 처리되어 있으니 종이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100이 최대인 백도를 200이나 300까지도 올릴 수 있다. 형광색은 가시광선 세계에 투입된 자외선 세계에서 온 구원군인 셈이다.  

백도를 올리는 다른 방법
원단의 백도를 올리는 방법은 3가지이다. 첫째 표백, 둘째 형광증백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은 소광제다. 소광제는 빛의 산란을 유도하는 피그먼트(Pigment)를 원사에 삽입하여 광택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다. 따라서 더 많은 빛의 반사가 일어나고 투과는 감소하여 더 하얗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 나온 데일리 메일의 기사 내용은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대표적인 소광제인 이산화티탄(titanium dioxide)보다 더 많은 빛을 반사(산란)할 수 있는 무기 안료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 소재는 놀랍게도 탄산칼슘이다. 주위에 흔한 석고나 분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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