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Report-7] MZ, 역주행 문화를 주류로 끌어 올리다
[MZ Report-7] MZ, 역주행 문화를 주류로 끌어 올리다
  • 최정윤 기자 / jychoi12@ktnews.com
  • 승인 2021.05.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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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요? 블랙야크 광고하던데요!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죠. 누가 알록달록한 등산복 걸친 아이유를 볼 줄 알았겠어요?” (김성현(가명), 31)

한 때 영광을 누렸던 오래된 브랜드들이 MZ세대를 만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일어난 역주행이 브랜드에서도 일어나는 추세다. ‘나이 든 사람들이나 쓴다’고 인식됐던 브랜드가 새롭게 환골탈태하고 있다.

‘역주행’은 인기가 없던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얻어 음원차트 순위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원뜻은 ‘같은 차선에서 한 방향으로 달리는 차와 반대 방향으로 운전함’으로, 인기있던 그룹이 인기를 잃는 현상과 반대로 무명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돌그룹이 대중의 지지로 유명해졌음을 의미한다.

역주행은 지난 몇 년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 권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MZ세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브랜드가 생산하는 콘텐츠,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상품을 소비하고 입소문을 낸다. 이들은 편견없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브랜드에 관심 갖고 상품을 산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나이키 ‘조던’이 꼽힌다. 지금 MZ세대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물보다 ‘조던’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산다. 1020이 주 고객층인 온라인패션플랫폼 서울스토어 윤반석 대표는 “지금 1020은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을 모른다. MZ세대는 조던이라는 브랜드가 멋져서 사는 것”이라며 “MZ세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그 브랜드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에서 역주행 현상을 보이는 브랜드는 엘칸토다. 65년 세월동안 쌓인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촘촘하게 설계한 엘칸토는 역주행 아이콘으로 떠오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와 협업했다. 

브레이브걸스와 협업을 추진한 엘칸토 홍삼식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브레이브걸스 팬이다. 어둡고 힘든 코로나19 시대에 희망을 던져준 상징적인 인물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며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 이번 협업은 엘칸토를 MZ세대와 만나게 하는 여러 입체적인 전략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큰 반응이 올 줄 몰랐다. 앞으로 숙제는 이들을 엘칸토 팬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엘칸토는 자사 하이힐 상품과 브레이브걸스 곡 ‘하이힐’을 연관지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브레이브걸스가 홍보하는’이라는 뜻의 쁘칸토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MZ남성 소비자 유입도 늘었다.

식품업계는 단종된 상품을 소비자 요청이나 투표에 따라 재출시하면서 역주행 트렌드를 따라잡았다. 

한국맥도날드는 트위터의 한 고객 요청으로 13년 전 단종한 필레 오 피쉬버거를, 제과기업 오리온은 15년 전 생산을 멈췄던 와클을 재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인스타그램에서 ‘케이크 이즈 백’ 투표를 열어 60%로 1위한 순수우유케이크를 다시 내놨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마케팅 전략과 소통을 원하는 MZ세대 소비자 특성이 맞물려 역주행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MZ 소비자를 겨냥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려면 명확한 방향성과 내부 조직을 설득할만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시적인 콘텐츠나 협업으로 인기를 끌 수 있지만, MZ 소비자를 브랜드 팬으로 정착시키는 작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패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가 하나로 정착되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며 “소비자 그룹이 특정되기 전에 빠르게 브랜드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공한 브랜드 사례를 보고 쉽게 따라하려다 보면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홍 부사장은 “약 10년 전 11번가에서 일할 때 2NE1과 콜라보한 경험을 기반으로 브레이브걸스와 손잡게 됐다”며 “소비자에게 가장 잘 와 닿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마다 마케팅 전략은 섬세하게 달라져야 한다. 엘칸토는 자사 상세 페이지 이미지와 설명에 가장 공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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