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8)] 홍차로 만든 원단-바이오 셀룰로오스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18)] 홍차로 만든 원단-바이오 셀룰로오스
  • 한국섬유신문 / ktnews@ktnews.com
  • 승인 2022.01.07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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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남편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애용품이 있다. 얼굴에 가면처럼 하얗게 쓰도록 만든 보습 팩이다. 근래 막대한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는 화장품 업계의 효자 상품이다. 마치 얇게 만든 투명한 젤리 물통처럼 대량의 수분이 들어있는 이 하얀 마스크 팩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태양 에너지의 통조림 셀룰로오스
매초 5억9700만톤의 수소가 5억9400만톤의 헬륨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태양의 핵융합 에너지는 1억 5000만km 진공을 통과해 지구에 아낌없이 베풀어지고 있다. 174 페타와트(petawatts 백만 와트의 1억배)에 달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일부라도 비축하기 위해 인간의 원시적인 기술로 태양전지를 개발했지만 효율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태양전지보다 수십 배 더 높은 효율로 끊임없이 태양에너지를 비축 변환하는 화학공장이 널려 있다. 식물은 680칼로리의 태양에너지를 1몰의 포도당으로 변환하는 정교한 화학공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모든 동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포도당은 장기간 비축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물에도 쉽게 녹으며 달콤해서 약탈 당하기도 쉽다.

식물은 이를 다시 가공하여 물에 녹지도 않고 달지도 않으며 동물의 위에서 소화 되지도 않는 장기간 비축이 가능한 질긴 고분자로 합성(중합이라고 한다)하는데 이를 셀룰로오스(Cellulose)라고 한다. 면은 순도 높은 셀룰로오스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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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셀룰로오스
셀룰로오스는 분자량이 수만에서 수천 만에 달하는 천연 고분자로 식물들만 제조비법을 아는 게 아니다. 박테리아는 식물이 생기기 전, 지구 대기에 산소가 거의 없을 때부터 셀룰로오스를 만들어왔다. ‘아세토박테리아 자일리너스(Acetobacteria Xilinus)’는 설탕을 중합하여 셀룰로오스를 만들어낸다. 

지구 대기에 산소가 희박할 때는 생물들이 발효를 통해 대사했다. 이후 지구에 일종의 독극물인 산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발효보다 10배나 더 효율 높은 대사 방법을 진화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호흡이다. 물론 호흡하는 생물은 고효율이라는 혜택 대신에 활성산소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노화로 일찍 죽는다.

박테리아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에 식품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건조, 훈제 또는 발효시키는 것이었다. 이 모든 방법들은 부패를 진행시키는 박테리아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발효를 통해 포도당을 중합하는 박테리아들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그중 아세토 박테리아가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아세토 박테리아가 콤부차(Kombucha)라고 하는 홍차에서 서식한다.

따라서 설탕을 넣은 콤부차를 적당하게 데워 따뜻하게 유지한 상태로 두면 천연의 셀룰로오스 부직포를 만들 수 있다. 포도당과 과당 두 분자로 이루어진 설탕을 중합하여 셀룰로오스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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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셀룰로오스
울(Wool)은 동물 종에 따라 굵기가 크게 다르지만 면은 어떤 종류든 길이가 다를 뿐, 굵기는 비슷하다. 그런데 박테리아가 만든 셀룰로오스는 면보다 굵기가 100배나 가늘어 초극세사 면이라고 할 만하다. 식물은 셀룰로오스 외에 헤미셀룰로오스나 수지인 리그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면에는 그런 것들이 거의 없기때문에 부드럽다. 바이오 셀룰로오스(이후 바이오셀)도 마찬가지이다. 바이오셀은 가늘지만 면보다 섬유장이 훨씬 더 길고 인장강도는 더 높다. 

바이오셀은 저절로 부직포를 형성하면서 성장한다. 면은 섬유 형태로 성장하지만 바이오셀은 아예 처음부터 원단으로 자라난다. 따라서 방적도 제직도 필요 없다. 면보다 마이크로 피브릴(Micro fibril)이 훨씬 더 미세하고 다공성이어서 탁월한 흡습력이 있다.

식물 셀룰로오스의 수분 유지율은 최대 60%이지만 바이오셀은 무려 1000%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분율은 마이크로 피브릴로 인한 어마어마하게 큰 체표면적과 초미세 네트워크의 가느다란 틈이 만든 강력한 모세관력 때문이다.   

미스터리는 왜 박테리아가 셀룰로오스로 된 원단을 만드느냐다. 어떤 이점이 있어서 박테리아가 자신들의 먹이를 중합할까. 자외선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가설 중 하나이다.

용도
지금까지 인공혈관으로 쓰이거나 연조직을 대체하는 등 의료용으로 사용되어온 바이오 셀룰로오스는 고도의 수분 유지와 위킹(Wicking)성, 수증기 투과성 때문에 화상 환자나 상처부위에 붙이는 드레싱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로운 용도 개척
제조 가격이 일반 셀룰로오스의 50배로 비싸고 대량생산이 어려우며 수율이 낮기 때문에 의류에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절대 찢어지지 않는 초강력 종이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높은 음속과 낮은 동적 손실 특성으로 인해 소니는 이를 하이엔드 이어폰의 진동막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 발견한 가장 탁월한 용도는 미용으로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 팩이다. 실제 효과는 미지수이나 돈을 버는 수단으로는 탁월하다. 고유의 기계적 특성으로 생명공학이나 미생물학 또는 재료 과학에 대한 응용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바이오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패션 의류를 포함한 다양한 용도가 기대되며 막강한 위킹(Wicking)성과 극미세섬유라는 점을 이용해 기능과 감성을 동시에 얻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패션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놀라운 기능성 감성 의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공학이 멀지 않은 미래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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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뮤인 2022-01-13 11:28:46
항상 재밌고 유익한 섬유지식정보 공유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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